ClariS are Clara & Karen!
2024년 5월 25일(土)과 26일(日)에 열린 〈ClariS SPRING TOUR 2024 ~Tinctura~〉의 후기를 남깁니다.
1. 서론
클라리스가 무려 4년 반만의 투어를 개최했다. 2020년 상반기에 예정되어 있던 〈ClariS LIVE TOUR 2020 〜ROCK!LINK!BEAT!〜〉가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취소되었기 때문에, 이번 투어는 2019년 9~10월에 열린 〈ClariS LIVE Tour 2019 ~libero~〉 이래로 처음이었다.
정규 7집 《Iris》와 28번째 싱글 〈アンダンテ〉를 거느린 이번 투어의 이름은 〈ClariS SPRING TOUR 2024 ~Tinctura~〉였다. 멤버들에 의하면 Tinctura라는 단어는 라틴어로 물들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Iris라는 앨범의 이름은 라틴어로 무지개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연장을 무지개로 물들인다는 의미로 확장이 가능하다. 투어 개최 전 클라라와 카렌은 모든 공연을 서로 다른 색깔로 물들이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필자는 원래 클라리스 앨범 중에서 정규 6집 《Parfaitone》을 가장 좋아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Iris》가 워낙 엄청난 퀄리티를 보여줘서 최애 앨범이 《Iris》로 바뀌어 버렸다. 클라라가 작년 Spring Radio에서 내 사연을 읽으며 “《Parfaitone》이 인생에서 제일 좋아하는 앨범이라고 하셨는데요. 다음 앨범에서 그걸 갱신할 수 있도록 저희도 좋은 음악을 전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할게요!”라는 말을 했었다. 멤버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발전 덕분에 그 약속은 정말로 지켜질 수 있었다.
2. 오사카 성지순례
첫날(5월 24일)에는 오사카에서 클라리스 성지순례를 했다. 목록은 아래와 같다.
- 오사카 성
- NHK 오사카 홀
- 도톤보리 글리코 간판
- Zepp Namba
- 타임즈 츠텐카쿠 제5
- 아베노 큐즈 몰
- 카이유칸
- 551 HORAI
- 타코야끼 도라쿠 와나카
- 리쿠로 오지상의 치즈 케이크
일단 간사이 공항에서 수속을 마치고 나서 바로 시내로 이동했다. 난카이선(南海線) 급행열차를 타고 신이마미야역(新今宮駅)에 도착했다. 게스트 하우스에 체크인을 하기도 이른 시간이었고, 애초에 카이유칸 근처로 잡아두었기 때문에 역에 있는 코인 락커를 이용했다. 신기했던 건 도쿄와 다르게 IC 카드로는 이용할 수 없었고 100엔짜리 동전만 사용이 가능했다.
신이마미야역에 내려서 가장 먼저 들렀던 장소는 “타임즈 츠텐카쿠 제5(タイムズ通天閣第5)”였다. 콘셉트 EP 《淋しい熱帯魚》의 발매 기념 이벤트가 오사카에서 열렸을 때 클라리스 공식 TikTok 영상에 올라왔던 곳이다. 츠텐카쿠는 오사카 남부의 심볼로 여겨지는 타워이며, 주변에는 신세카이(新世界)라는 번화가가 펼쳐져 있다.
오른쪽 아래로 걷다 보면 《淋しい熱帯魚》의 발매 기념 이벤트(リリイベ)가 열렸던 장소가 있다. 아베노 큐즈 몰(あべのキューズモール)의 3층으로 올라가면 보이는 스카이 코트가 바로 그곳이다.
다음으로 방문한 명소는 NHK 오사카 홀과 오사카 성이었다. 두 곳은 위치가 거의 붙어 있어서 한번에 동선을 짤 수 있었는데, NHK 오사카 홀은 내부까지 들어갈 수는 없어서 외부 관람만 했다. 〈ClariS 1st HALL CONCERT TOUR 〜Fairy Party〜〉의 오사카 공연이 개최되었던 장소이기도 하고, 2023년 7월에는 NHK의 우타콘(うたコン) 방송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오사카 성은 예전에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친구들과 오사카를 여행했을 때 방문했던 적이 있다. 그때의 추억을 상기하고 싶기도 했고, 2020년에 클라라가 간사이 여행을 갔을 때 들렀던 곳이기도 했기에 다시 한번 발걸음을 옮겼다. 신기하게도 타니마치욘초메역(谷町四丁目駅)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4년 전 친구들과 오사카 성까지 걸어갔던 기억이 생생히 떠올랐다. 이번에는 줄이 길고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그리 많지 않아 천수각 입장은 패스했다. 여담이지만 기념품 샵에서는 명탐정 코난과 콜라보를 하고 있었다.
신사이바시(心斎橋)의 서쪽에는 오사카의 미국 마을이라고 불리는 아메리카 무라(アメリカ村)가 위치해 있는데, 오사카에서 대표적인 젊은이들의 거리라고 한다. 아메리카 무라의 중심에는 삼각형 모양을 한 산카쿠 공원(三角公園)이 있다. 필자가 방문하기 3일 전까지 산카쿠 공원 앞에 놓인 전광판 RIBIA.TV에서 이번 투어 〈Tinctura〉와 싱글 〈アンダンテ〉를 홍보하는 영상이 나왔었다(5월 8일부터 21일까지).
신사이바시역에서부터 난바가 있는 아래 방향으로 계속 걸었다. 걷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도톤보리(道頓堀)에 도달하게 된다. 오사카의 트레이드 마크라고도 할 수 있는 글리코 사인도 여기에 있다. 지난 번에도 느꼈지만 도톤보리에서는 이색적인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여행을 온 기분이 제대로 들기도 하고, 강변을 따라 산책하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오사카는 관광지가 대부분 동선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서 이동이 편리하다. 난바 일대는 오사카 남부 번화가 중에서도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속에는 무려 세 군데의 성지순례 스팟이 존재한다. 장소 자체가 성지순례인 것은 아니고 이곳에서 파는 음식들과 관련이 있다. 리쿠로 오지상의 치즈 케이크(りくろーおじさんのチーズケーキ) 난바 본점, 551 HORAI(蓬莱), 와나카 타코야끼(わかなたこ焼き), 셋 다 오사카에서 굉장히 유명한 가게들이다.
리쿠로 오지상의 치즈 케이크는 클라라가 정말 좋아해서 오사카에 올 때마다 반드시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에 802 Palette라는 FM 라디오에 나왔을 때는 MC 토요타 호노카(豊田穂乃花)가 선물한 치즈 케이크를 클라라가 한번에 다 먹어버렸던 적이 있다. 이후로 한번에 리쿠로 오지상의 치즈 케이크를 다 먹는 걸 클라라 챌린지라고 부른다. 리쿠로 오지상에서는 치즈 케이크 말고도 푸딩이나 애플파이 같은 제과류를 판매한다.
리쿠로 오지상 가게 앞에는 즉석에서 갓 구운 치즈 케이크를 사는 줄과 2시간 전에 미리 만든 치즈 케이크를 사는 줄이 분리되어 있다. 줄이 꽤나 길기 때문에 갓 구운 치즈 케이크를 사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필자는 어차피 당장 먹을 게 아니라서 2시간 전에 미리 만든 걸 사왔다.
551 HORAI는 오사카의 명물 부타만(豚まん)을 파는 유명한 가게다. 부타만은 오사카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돼지고기 찐빵 요리이다. 그런데 사실 이 가게에서는 아이스크림도 판매한다. 멤버들이 작년에 팬클럽 메일을 통해서 이곳의 아이스크림을 먹은 사진을 인증했었다. 클라라가 먹었던 복숭아 맛은 작년 여름 한정이어서 지금은 팔지 않았고, 카렌이 먹었던 우유 맛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올해 여름 한정인 바나나 맛을 먹었다.
551 HORAI의 맞은 편에는 오사카 넘버원 인기라는 와나카 타코야끼가 있다. 와나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며 문어와 타코야끼의 크기 자체가 큼지막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에는 옵션으로 쪽파, 가쓰오부시 등의 토핑을 선택할 수 있다. 특제 소스, 간장, 가마솥 소금, 매콤한 소스 중에서 특제 소스가 뿌려진 타코야끼를 주문했다. 확실히 난바가 유명 관광지라 그런지 551 HORAI와 와나카 타코야끼의 줄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 중에는 외국인의 비율이 굉장히 높았다.
슬슬 저녁이 가까워질 무렵이 되었다. 카렌이 좋아하는 타벳코 수족관(たべっ子水族館)과 아이스노미(アイスの実)를 편의점에서 사온 뒤, 〈ClariS 1st Tour “夢の1ページ…”〉, 〈ClariS LIVE Tour 2019 ~libero~〉의 오사카 공연 개최지이자 〈ClariS AUTUMN TOUR 2024〉가 예정되기도 한 Zepp Namba에 들러 외부 관광을 했다.
집에서 까먹고 보조 배터리를 안 챙겨온 탓에 게스트 하우스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휴대폰이 꺼져 버렸다. 1% 남았을 때 구글 지도에서 위치를 기억해둬서 다행히 별 문제는 없었다. 덕분에 여행을 떠날 때는 반드시 보조 배터리를 챙기자는 교훈을 얻었다.
숙소에서는 멤버들이 출연한 FM 라디오를 들으면서 쉬다가 내일 있을 공연을 위해 일찍 잤다. 그렇게 다음 날 아침에는 대망의 ‘클라라 챌린지’에 도전했다. 돈을 아끼기 위해 전날에 사실상 아무것도 먹지 않았음에도 결과는 실패였다. 친분이 있는 한 태국인 팬이 10분 만에 성공하길래 난이도를 쉽게 생각했었는데, 클라라의 위대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체크아웃을 하고 공연장으로 향하기 전에 카이유칸과 덴포잔 대관람차를 보러 갔다. 입장료가 다소 부담되는 금액이라 이번에는 산책하는 느낌으로 앞에만 돌아봤다. 카이유칸은 클라라가 간사이 여행에서 방문했던 곳이며, ClariS Report 42 클라라의 데이트 플랜 편에서는 카렌과 함께 가보고 싶은 장소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일정이 맞지 않아 포기했지만 유니버셜 스튜디오도 클라리스 성지다. 클라라와 카렌이 함께 오사카 여행을 왔을 때 이곳의 해리포터 라이드와 플라잉 다이너소어를 타기도 했다. 카렌은 학창시절에 도서관에서 해리포터를 책으로 전부 읽었을 정도로 좋아한다고 한다. 클라라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라푼젤, 카렌이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해리포터다.
3. 오사카 공연
<Set List>
5월 25일 토요일
1. reunion
2. ヒトリゴト
3. アンダンテ
4. Love is Mystery
5. 擬態
6. Freaky Candy
7. 新世界ビーナス
8. 春メドレー (봄 메들리, 앞의 세 곡은 1절, 마지막 곡은 1절과 3절만)
ハルラ → 桜咲く → 恋待かぐや → サクラ・インカーネーション
9. カラフル (클라라 솔로)
10. アネモネ (카렌 솔로)
11. ALIVE
12. トワイライト
13. clever
14. 未来航路
15. Wonder Night
16. 一期一会
17. Blue Canvas
18. CLICK
19. ユニゾン
20. コネクト
Encore
21. border
22. イロドリ
-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듯이 세트 리스트가 굉장히 준수했다.
- 〈Neo Sparkle〉, 〈Arcanum〉와 마찬가지로 클라리스 밴드가 무대에 참여했다. 두번째 곡이었던 〈ヒトリゴト〉를 부를 때 2절과 3절 사이의 간주를 늘려서 밴드 멤버들을 소개했는데, 심지어 이번에는 멤버별로 애칭까지 생겼다.
- <클라리스 밴드 멤버>
베이스 – 쿠로스 카츠히코(黒須克彦) / 쿠롯시
드럼 – 무라타 카즈히로(村田一弘) / 히로
키보드 – 나카오 마사후미(中尾昌史) / 나카오쨩
기타 – 야마모토 요스케(山本陽介) / 요스케
- Iris와 Tinctura, 합치면 무지개 색으로 물들인다라는 뜻이다. 이번 투어에서는 새롭게 공개된 앨범의 7곡에 대해 각자의 색깔이 부여되었다. 공연 중에 응원봉의 색깔을 곡에 어울리도록 바꾸었다.
《Iris》에 수록된 7개의 신곡과 각각에 대응되는 색깔🌈
〈Love is Mystery〉 🩷 진한 분홍색
〈Wonder Night〉 💜 연한 보라색
〈Freaky Candy〉 ❤️ 빨강색
〈アサガオ〉 🤍 흰색
〈トワイライト〉 🩵 연한 파랑색
〈未来航路〉 💛 노랑색
〈一期一会〉 🧡 주황색
- 개인적으로 특히 좋았던 곡은 〈アンダンテ〉, 〈Love is Mystery〉, 〈Freaky Candy〉, 〈カラフル〉, 〈アネモネ〉, 〈Wonder Night〉, 〈Blue Canvas〉, 〈border〉였다.
- 〈アンダンテ〉는 인도네시아에서 처음으로 선보여졌던 곡이다. 여행에 대한 곡이기도 해서 이미 그 자체로 스스로의 진정성을 증명했다. 인도네시아에 다녀온 뒤로 이 곡에는 특별한 애정이 생겼다. 사운드도 좋지만 나가나가 콤비(나가사와 치아키, 나가노 사오리)의 작사 실력이 제대로 발휘된 가사가 일품이다. 각자의 페이스에 맞춰 나아가면 된다는 〈CheerS〉의 철학과 서로를 도우며 함께 걸어가자는 〈Fight!!〉의 철학이 합쳐진 듯한 희망적인 가사가 교훈을 준다. 무엇보다 브릿지의 “あ 心にかざした望遠鏡に何が見える” 춤이 미치도록 귀엽다.
- 《Iris》의 리드 곡이기도 한 〈Love is Mystery〉는 스탠딩 마이크를 가져와서 불렀다. 사전에 클라라가 슈비두비 춤이 있으며 20번 정도 슈비두비한다고 말했었는데, 사진이 없어서 설명할 방법은 없지만 이 노래는 안무가 매우 귀엽다. 대강 설명하자면 팔을 직각으로 구부리고 한 쪽은 위로, 한 쪽은 아래로 향한다. 그리고 바꿔가면서 그 동작을 반복한다. 인도네시아 공연의 떼창을 듣고 감명받은 멤버들은 이번 투어에서 같이 부르는 노래를 편성하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Love is Mystery〉의 후렴구를 관객들과 함께 불렀다. 라이브에서 항상 불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
- 〈擬態〉라는 노래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브릿지에서 클라라가 저음, 카렌이 고음을 각자 부르는 파트가 인상적이었다. 아웃트로에서 전조가 이루어지며 템포가 빨라지는 부분에서는 지금껏 존재한 적이 없었던 정도의 격렬한 춤을 춘다. 음원보다 밴드 편성으로 불렀을 때가 더 좋았다.
- 〈Freaky Candy〉는 일렉트로 스윙에 도전한 곡으로, 《Iris》에서 클라라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이다. 1절과 2절 사이의 “Juicy! Oozy! Crispy Creamy Chewy~”라는 특징적인 대사가 삽입되어 있다. 이 부분이 실제로 들으면.. 뭐랄까 정말 찰지다. 게다가 안무도 귀엽다. Juicy에서는 글리코 사인처럼 두 팔을 위로 활짝 펴고, Chewy에서는 왼팔은 내리고 오른팔은 왼쪽 방향을 향하여 ✌️를 만든다. Crispy Creamy Chewy에서는 팔을 우아하게 휘두른다. 2절이 끝나면 멤버들이 동시에 “아~”라고 속삭이듯 외치는 부분이 있다(2:22). 이때 클라라와 카렌은 서로를 마주 본 채로 고개와 몸을 뒤로 젖힌다. 클라라가 요염한 자신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직접 언급했듯이 여러모로 클라리스의 가장 섹시한 노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 클라리스 노래 중에서는 멤버들과 함께 응원봉을 반드시 사용하는 곡이 몇 개 정해져 있다. 〈blossom〉, 〈pastel〉, 〈ホログラム〉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에도 〈新世界ビーナス〉는 〈Neo Sparkle〉 때처럼 클라라와 카렌이 응원봉으로 지휘를 하면서 불렀다. 참고로 〈新世界ビーナス〉는 스카 장르를 시도한 《Parfaitone》의 명곡이라고 평가 받는다. 간주 구간에서는 멤버들이 곡의 셈여림을 고려하면서 4분의 4박자 모양으로 응원봉을 휘두른다. 후렴구에서는 모두 좌우로 응원봉을 움직인다.
- 봄 메들리 코너에서는 예전 곡인 〈ハルラ〉와 〈桜咲く〉, 요즘 곡인 〈恋待かぐや〉와 〈サクラ・インカーネーション〉을 조화롭게 배치했다. 부드러운 〈ハルラ〉, 감성적인 〈桜咲く〉, 신나는 〈恋待かぐや〉, 애절한 〈サクラ・インカーネーション〉이 이루는 밸런스가 완벽했다. 원래 제일 유명하면서도 상징적인 봄 노래는〈ひらひら ひらら〉이지만 〈恋待かぐや〉와 사운드가 비슷해서 일부러 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초기 앨범 중에서 《SECOND STORY》를 제일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ハルラ〉는 꽤나 명곡이라고 생각한다. 클라라와 카렌 버전의 〈ハルラ〉를 들을 수 있었던 건 나에게 있어서 큰 수확이었다.
- 필자는 언제나 지정석이 아니라면 클라라 쪽으로 가서 공연을 보는데, 〈サクラ・インカーネーション〉에서는 클라라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게 보일 정도로 감정을 넣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サクラ・インカーネーション〉은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에 대한 노래이다.
- 이번 공연에서는 싱글 하나와 앨범 하나가 발매되었던 상황이기 때문에 불러야 하는 신곡이 많았다. 그렇다고 신곡만 부르면 안되니 싱글 곡도 불러야 했던 상황에서, 멤버들은 솔로 곡을 싱글 중에서 고르자는 아이디어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카렌이 먼저 의상을 갈아 입으러 간 사이에 클라라가 솔로로 부른 곡은 〈カラフル〉였다. 너무 아름다워서 어떻게 표현을 해야할 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최고였다.
- 사실 진짜로 인상 깊었던 곡은 따로 있다. 〈Tinctura〉를 보기 전까지 나에게 〈アネモネ〉는 이례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클라리스의 곡 중 하나였다. 카렌이 솔로로 부른 〈アネモネ〉의 무대는 전설적이었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기존의 안무를 아예 뜯어 고쳐 새롭게 만들었으며, 현악 편곡 대신 일렉기타 사운드가 빈자리를 채웠다. 내 인생에서 〈アネモネ〉를 재평가하는 날이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사족) 이번 라이브에서 〈アネモネ〉를 들으면서 머릿속에 떠올랐던 구절이 있다. 여기서 7번째 정규 앨범이 무지개와 관련이 있는 또 하나의 아티스트에 대한 얘기를 꺼내야 한다. 2006년 라디오헤드가 보나루(Bonnaroo)에서 실시한 공연은 팬들 사이에서 전설로 회자되곤 하는데, 《In Rainbows》가 발매되기 전에 〈Videotape〉를 먼저 선보였다. 톰 요크의 말처럼 라디오헤드의 최고 명곡이라는 반응이 생길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다음 해 앨범에 수록된 〈Videotape〉는 편곡의 형태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팬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더 별로였다는 반응이 많았다). 보나루 공연의 〈Videotape〉를 직접 들었던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Imagine being one of the people in the crowd who heard this version for the first time, then listening to the album version and trying to express to your friends what you actually heard live.” 〈Tinctura〉의 〈アネモネ〉에 대해 내가 느꼈던 감정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표현이다.
- 그야말로 싱글 중에서 솔로 곡을 만든다면 제일 잘 어울릴 것 같은 두 곡을 정확하게 골랐다는 생각이 든다. 발라드처럼 잔잔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의 〈カラフル〉는 클라라가, 가사는 애틋하지만 역동적인 에너지가 넘실대는 〈アネモネ〉는 카렌이 부르는 게 각자가 가진 이미지에 잘 부합한다.
- 〈ALIVE〉는 클라리스에게 있어서 큰 의미를 가지는 곡이다. 〈コネクト〉의 자리를 대체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기도 했고, 멤버들은 이 곡을 녹음하기 위해서 새로운 창법을 시도해야 했다. 안무도 기존에 없던 화려하고 격렬한 느낌으로 구성되었다. 그런데 〈Tinctura〉의 〈ALIVE〉는 클라라와 카렌 모두 너무나도 편안하게 노래와 안무를 동시에 소화했다. 〈ALIVE〉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여유가 느껴졌던 건 나뿐이었을까?
- 〈トワイライト〉와 〈未来航路〉는 가사나 사운드가 결이 비슷한 멋있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두 곡 모두 멤버들이 응원봉을 힘차게 휘두르며 부르는 모습이 멋졌다. 클라라와 카렌은 공연을 위해 〈未来航路〉의 안무를 직접 만들었고 SNS를 통해 후렴구의 안무를 사전에 팬들에게 알렸다. 그리고 〈未来航路〉는 곡이 시작되면 언제나 클라라가 제목을 큰 소리로 외쳤다. 🐰 “미라이코~로~~!!”
- 〈Wonder Night〉은 필자의 새로운 최애곡이다. 아무리 들어도 이건 노래가 그냥 미쳤다. 아마도 공연장에서 이 노래를 들으면서 제일 크게 응원봉을 흔들었던 사람이 나였다고 자부할 수 있다. “七色Dragonとステップ”라는 가사를 부를 때면 카렌이 오른쪽 손가락의 마디를 하나씩 구부린, 마치 용의 발톱 같은 모양을 만들었다. “青い星見つけた”라는 가사에서는 응원봉을 파랑색으로 바꾸고 흔드는 팬들이 일부 있었는데, 그걸 보고 멤버들이 반응해줬다.
- 〈一期一会〉는 멜로디가 손에 꼽을 정도로 아름다운 곡이다. 동양적인 분위기의 노래로서는 이렇게 잔잔한 곡이 없었기에 새로움이 있었다. 공연과는 무관한 얘기지만, 이 노래는 《Iris》의 마지막 트랙으로 수록된 것이 절묘하다.
- 〈Blue Canvas〉는 명실상부한 이번 투어의 하이라이트였다. 이날 보여준 퍼포먼스는 역대급이었다. 제목에 맞추어 모두가 응원봉을 파랑색으로 바꾸었고, 후렴구에서는 멤버들과 함께 응원봉을 머리 위로 높이 들고서 좌우로 흔들었다. 라이브에서 이런 장관이 펼쳐지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현장의 모습은 가사에 등장하듯이 ‘이토록 아름다운 블루 캔버스(なんて綺麗なBlue Canvas)’였다. 블루 아카이브로만 〈Blue Canvas〉를 알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이건 클라리스에게 있어서 〈Clear Sky〉와 〈PRECIOUS〉의 계보를 잇는 역사적인 의미가 깃들어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 클라라가 〈border〉를 부를 때 귀여운 실수를 저질렀다. 2절이 끝나고 간주가 흐르는 부분에서 “完璧ばかり求めているような気がする”를 8마디 빠르게 불렀다(2:37에 나와야 할 부분을 2:26 시점에 불렀다). 심지어 그 뒤의 카렌 파트를 카렌이 부르지 않자, 카렌의 실수라고 생각하여 “勝手に期待して勝手に凹んで”도 자신이 불렀다. 카렌은 웃음을 참으면서 원래 불러야 할 타이밍에 클라라의 파트를 불렀다. 클라라가 엄청나게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직관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필자는 〈border〉를 정말 좋아하고 많이 들은 사람이라(클라라보다도 많이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클라라가 실수한 순간 바로 알아채고 어떤 일이 펼쳐질 지 두근거리고 있었다.
- 〈未来航路〉와 〈border〉에서는 멤버들의 주도 하에 3절부터 머플러 타올을 흔들었다. 곡이 끝나면 클라라와 카렌은 흔들던 타올을 관객들을 향해 던진다. 받은 사람들에 의하면 각 멤버들이 사용하는 향수 냄새가 배어있다고 한다. 이건 어디가서 듣기 힘든 고급 정보인데 클라라는 샤넬의 분홍색 향수, 카렌은 미스 디올의 향수를 사용한다.
- 오사카 공연에서는 우연히 왼쪽 옆자리에 친한 팬분이 계셨다. 이 분은 완전 클라라 오시(推し)라서 공연 내내 계속 “클라라 아이시떼루(愛してる)”, “클라라 다이스키(大好き)” 같은 말을 외치셨다. 덕분에 내가 느꼈던 만족도가 훨씬 높아진 것 같다.
- 클라리스가 작년 겨울에 팬클럽 메일로 “그날 꿈꿨던 눈 구미(あの日夢見た雪グミ)”를 먹는 사진을 보내서 팬들 사이에 유행이 된 적이 있었다. 겨울에만 일시적으로 나오는 상품이라 못 먹는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표했었는데, SNS를 보고서 나를 위해 이걸 가져와주신 팬분들이 3분이나 계셨다. 각자 2개씩 선물해주셔서 무려 6개를 받았다. 일일히 소개할 수는 없지만 오미야게를 준비해주신 다른 분들께도 감사한 마음 뿐이었다.
- 반대로 인도네시아에서 공수해온 Astor Matcha 6개는 다른 팬분들께 성공적으로 나누어 주었다.
- 2시간 동안 굿즈 줄을 서면서 지루해 죽을 뻔했는데, 운 좋게도 안면이 있었던 현지 팬분들과 1시간 동안 이야기하게 되어서 다행이었다. 줄을 서있던 나를 보고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 팜플렛의 디자인과 그 속의 사진들이 마음에 들었다. 유럽을 배경으로 해서 클라라와 카렌이 자유롭게 누비는 모습이 담겨 있다. 배경이 된 장소들을 직접 정리해 보았다.
- Beginning of the Journey – 상트페테르부르크 열차 박물관 🇷🇺
- In Unison – 에펠탑 & 비르하켐 다리 🇫🇷
- Up to the Hill – 몽마르트 언덕 계단 🇫🇷
- Wait a Minute – 카르티에 라탱 🇫🇷
- Be Cafeful on the Roof – 파리 시내의 건물 지붕 & 생퇴스타슈 성당 🇫🇷
- Waiting in the Vain – 런던 빨간 공중전화박스 & 빅벤 시계탑 🇬🇧
- Cat Walk – 리스본 거리 🇵🇹
- With a Parasol – 밀라노 셈피오네 광장 & 아르코 델라 파세 🇮🇹
- Straight Here – 프라하 구시가지 & 올드타운 워터타워 🇨🇿
- Peek – 부다페스트 부다성 🇭🇺
- Let’s Take a Break – 헝가리 국회의사당 🇭🇺
- Where Shall We Go Next? – 프라하 카렐교 & 성 니콜라스 성당 & 구시가지 다리 탑 & 블타바 강 🇨🇿
- 현장에서 직접 《Iris》 앨범을 구매하면 A3 사이즈의 실사 포스터를 증정했다. 클라리스에게 있어 상당히 고무적인 변화라고 느꼈는데, 개인적으로 일러스트를 활용한 아티스트 사진을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이다. 굳이 실사가 아닌 일러스트로 자신들의 대표 이미지를 만들면 아티스트로서의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나의 추측으로는 멤버 본인들도 이런 콘셉트를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
- 굿즈 디자인이 전체적으로 잘 뽑혔다. 클라라를 상징하는 달과 토끼 모양, 카렌을 상징하는 별과 고양이 모양의 응원봉이 특히 예뻤다. 공연마다 디자인이 다른 한정판 티셔츠를 판매하기도 했다. 오사카에서는 하얀빛, 히로시마에서는 노란빛, 도쿄 1일차는 분홍빛, 도쿄 2일차는 초록빛으로 반짝이는 티셔츠를 한정으로 팔았다.
- 〈アンダンテ〉의 트레이딩 카드 20종이 판매되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가격은 지난번의 〈コイセカイ〉와 〈ふぉりら〉 때보다 100엔이 오른 900엔이었다. 하나를 사면 랜덤으로 3종이 들어있는 구조였다. 운이 아주 좋은 경우에는 멤버들의 사인이 적힌 트레이딩 카드를 얻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ALIVE〉, 〈Masquerade〉, 〈コイセカイ〉, 〈ふぉりら〉 때는 멤버들의 사인만 적혀 있었던 것과 다르게 〈アンダンテ〉는 사인과 더불어 클라라와 카렌으로부터의 간단한 메시지도 적혀 있었다. 이번에는 빠르게 교환을 진행해서 20종을 다 모으는 것에 성공했다.
- 이번 투어는 입장 시에 종이 티켓을 나눠 주었다.
- 〈ClariS 2nd Zepp Tour in 東名阪 ~Best of ClariS~〉 때도 Zepp Osaka Bayside에서 공연을 했었다. Zepp Osaka Bayside는 이름 그대로 바닷가 옆에 위치해 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근처에 있으므로 사쿠라지마역(桜島駅)에서 하차하는 게 가장 가깝다. 공연장 앞에 머물만한 공간이 아예 없어서 친한 팬분의 차 안에서 머물기도 하고, 조금 떨어진 곳의 길바닥 구석탱이에 앉아 있기도 했다.
4. 히로시마 성지순례
오사카에서의 라이브가 끝나고 친분이 있는 현지 팬분의 차를 얻어 타서 히로시마까지 이동했다. 이동 시간은 대략 7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오사카에서 저녁 10시쯤에 출발했기 때문에 근처에 문을 연 식당이 많이 없었어서, 가는 길에 휴게소에서 밥을 먹었다. 잠은 히로시마에 도착해서 호텔 대신 공중목욕탕(銭湯)에 들려 6시간 정도 머무르며 쪽잠을 자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히로시마로 가는 차 안에서는 오로지 클라리스의 노래만이 흘러나왔다. 《Iris》에서 좋아하는 곡 순위를 매기거나 공연의 세트 리스트를 순서대로 듣기도 했다. 차에 태워주신 현지 팬분과는 정말 마음이 잘 통한다. 가끔씩 팬들 중에서도 애정이 남다르다고 느껴지는 분들이 계신데, 이 분을 그러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낮에는 히로시마역에서 클라리스 성지순례를 만끽했다. 클라리스는 〈Tinctura〉 투어에 앞서 《Iris》 앨범 홍보 캠페인을 실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4월 말에 오사카와 히로시마에 방문했었다. 이때 멤버들이 FM 라디오에서 소개했던 히로시마의 명물들을 공연 시작 전까지 찾으러 다녔다. 히로시마에 거주하시는 팬분과 함께 다닌 덕분에 과정이 수월했다. 클라리스 성지순례를 하러 온 다른 팬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아게모미지 사진을 찍을 때 클라라처럼 종이를 살짝 내리고 찍었어야 했는데 이것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했다.
모종의 방법을 통해 FM 라디오를 다시 청취해가며 클라리스가 먹었던 도시락의 이름을 찾아냈다. 이때 풋콩(枝豆)이라는 음식을 살면서 처음 먹어봤다. 아게모미지, 핫사쿠 다이후쿠, 와카토리 도시락 모두 히로시마역에서 한번에 구할 수 있어서 편리했다.
최근 FM 라디오에서도 얘기했고 공연에서도 얘기했던 사실로, 클라라는 삿포로에 살기 전에 히로시마에 3년 정도 산 적이 있다고 한다. 삿포로에서 음악 스쿨에 들어간 게 5살 때니까 클라라가 살았던 건 그보다도 어렸던 시절이다.
공연 시작 전 마지막으로 공연장과 같은 건물의 아래층에 있던 타워 레코드를 구경하러 갔다. 클라리스의 사인과 메시지를 발견했다.
5. 히로시마 공연
<Set List>
5월 26일 일요일
1. ナイショの話
2. ヒトリゴト
3. アンダンテ
4. Love is Mystery
5. 擬態
6. Freaky Candy
7. again
8. ループ
9. 春メドレー (봄 메들리, 앞의 세 곡은 1절, 마지막 곡은 1절과 3절만)
ミントガム → graduation → Bye-Bye Butterfly → サクラ・インカーネーション
10. ALIVE
11. トワイライト
12. 未来航路
13. Wonder Night
14. 君色
15. STEP
16. コネクト
Encore
17. シニカルサスペンス
18. Clear Sky
〈Tinctura〉의 히로시마 공연이 개최된 Hiroshima Club Quattro는 히로시마 PARCO라는 건물의 10층에 있는 작은 공연장이었다. 공연장이 작았기 때문에 오사카나 도쿄와는 다르게 밴드 스타일로 진행되지 않았다. 필자가 지금까지 직접 본 단독 공연 중에서 유일하게 밴드 스타일이 아니었던 것이 바로 이번 히로시마였다. 클라리스 팬 경력은 긴 편이지만 수험생활 + 코로나 + 군대 3연 콤보를 맞은 덕에 처음으로 간 라이브가 2023년 봄의 〈Neo Sparkle〉이었는데, 〈Neo Sparkle〉, 〈Arcanum〉, 〈Tinctura〉는 모두 클라리스 밴드와 함께 했기 때문이다. 멤버들만 나오는 무대를 한번쯤은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었다만.. 개인적으로는 밴드 스타일의 공연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더 좋았다.
안 좋은 얘기를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솔직히 말하면 클라리스의 공연 치고는 아쉬웠다. 일단 세트 리스트가 오사카에 비해서 별로였다. 〈カラフル〉 클라라 솔로와 〈アネモネ〉 카렌 솔로가 없어진 대신 〈ループ〉의 안무 강좌 타임이 생겼는데, 이게 가장 결정적인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안무 강좌 코너를 원래 싫어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솔로 곡(그것도 싱글 타이틀)을 배제하고 그 대신 15분 남짓의 시간을 〈ループ〉 한 곡에 소모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애초에 의자가 비치되지 않은 올스탠딩 석이었고 사람 수에 비해 공간이 비좁아서 편하게 응원봉을 휘두를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다.
수용 인원이 적다보니 히로시마 공연을 보러 온 팬들은 내 생각에 클라리스에 대한 애정이 아주 높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고, 세트 리스트에도 큰 변화를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이사항으로 총 6번의 〈Tinctura〉 공연 중에서 히로시마에서 곡을 제일 적게 불렀다. 오사카와 도쿄에 비해 4곡 정도를 덜 부른 것으로 기억한다.
아쉬웠던 점이 많았던 건 사실이지만 좋았던 점들도 있었다. 〈ナイショの話〉, 〈君色〉, 〈STEP〉을 들을 수 있었던 건 정말 좋았다. 〈Tinctura〉 투어에서 히로시마에서만 첫 곡으로 〈reunion〉 대신 〈ナイショの話〉를 불렀다. 아무래도 라이브에서 〈ナイショの話〉가 빠지면 섭섭하다. 〈君色〉는 27번째 싱글 《ふぉりら》에 수록되어 타이틀인 〈ふぉりら〉만큼이나 우수한 커플링 최고 명곡 중 하나다. 노래 자체도 워낙 좋지만, 2절과 3절 사이의 간주 부분에 등장하는 멤버들의 솔로 댄스를 본다면 이 곡을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다.
〈STEP〉은 라이브에서 선보여지는 빈도가 낮은 곡이라 꼭 들어보고 싶었다. 마지막 후렴구가 나오기 전에 클라라의 솔로 파트가 있다. 여기에는 ‘지금을 바꾼다는 건 힘든 순간도 있겠지만, 설령 조각이 모였어도 이 손으로 이끌어 나가지 않으면 안 돼’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구절에 대해 클라라는 자신들의 노래 가사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고 이야기했던 적도 있다. 메시지가 담긴 의미심장한 가사가 클라라 특유의 호소력과 더해져서 나도 모르게 듣던 중에 눈물이 나올 뻔했다.
앙코르 곡으로 오사카에서는 〈border〉를 불렀기 때문에 이번에도 부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シニカルサスペンス〉를 불렀다. 〈シニカルサスペンス〉도 괜찮은 곡이긴 하지만 〈border〉를 대체할 정도로 뛰어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맨 마지막 곡으로는 〈イロドリ〉가 아니라 〈Clear Sky〉를 불렀다. 안타깝게도 필자는 〈Clear Sky〉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곡이 가진 상징성과 의미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곡 자체가 조금 단조롭게 느껴진다고 할까. 둘 다 오사카 때 불렀던 앙코르 곡 〈border〉와 〈イロドリ〉보다 명백한 다운그레이드라고 생각한다.
다행이었던 점은 자리 뽑기 운이 굉장히 좋았다. 수용 인원이 900명 정도였는데, 84번을 뽑아서 클라라 쪽 2열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공연 내내 클라라와의 거리가 아주 가까웠다. 가까울 때는 대충 3~4m 정도밖에 안 떨어져 있을 정도였다. 다소 기대에 못 미친 라이브였기 때문에 자리마저 안 좋았으면 정말 위험할 뻔했다. 물론 이렇게 말하긴 했어도 클라리스 공연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높은 걸 감안해야 한다.
팬클럽 갱신을 온라인이 아닌 현장에서 하면 특전으로 트레이딩 카드를 준다. 가입한 달에만 갱신이 가능하므로 오사카와 히로시마에서는 5월 가입자, 도쿄에서는 6월 가입자만 현장 갱신의 특권을 얻었다. 현장에서 갱신할 경우에는 특수한 QR 코드를 통해 팬클럽 링크에 접속하게 된다. 어째서인지 입금을 하고 나서 메일이 계속 안 오는 오류가 생겼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런타임 직원들의 친절함에 놀랐다.
6. 뒷풀이 & 히로시마 산책
공연이 끝나고 현지 팬들과 뒷풀이를 하러 갔다. 원래는 소규모로 할 생각이었는데 어쩌다보니 파티가 합쳐져서 9명이나 같이 가게 되었다(결과적으로 좋았다). 히로시마도 오코노미야끼가 유명하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끼는 밀가루 반죽으로 깐 얇은 전병 위에 재료를 얹어 굽는 방식이라고 한다. 우리가 단체로 주문한 메뉴는 소바를 굽는 방식으로 만든 오코노미야끼였다. 히로시마에 사시는 팬분께서 소스는 많이 뿌리는 게 맛있다고 하셔서 진짜로 많이 뿌려서 먹었다.
밥을 먹고 나서 남은 인원들은 노래방도 같이 가게 되었다. 평소에 낯을 좀 가리는 편이라 친해지기 전에는 노래방을 같이 가는 경우가 잘 없어서 색다른 경험이었다. 모두가 거의 클라리스 노래만 불렀다. 중간에 시도때도 없이 “오레모!(俺も!)” 콜을 넣기도 하고 안무를 따라하기도 하고.. 여하튼 즐거운 시간이었다. 한 태국 출신 팬은 〈シニカルサスペンス〉를 부르면서 “少年、誰?”라는 가사 뒤에 “오레다!(俺だ!)”라는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노래방에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비가 꽤 강하게 내렸다. 클라리스 공연은 항상 비를 조심해야 하는데, 이날은 운 좋게도 비가 공연 끝나고 내리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에는 토끼섬(うさぎ島)을 갈 생각을 했지만, 비행기 일정 상 시간이 여유롭지 않은 관계로 근처 애니메이트를 구경하기로 했다. 애니메이트가 열기 전까지는 한국인 형과 함께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을 보러 갔다. 위령탑이 곳곳에 세워진 평화기념공원을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Tinctura〉 도쿄 공연 후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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