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클라리스를 사랑하고 응원해주시는 ClariST 여러분 반갑습니다.
2023년 6월 25일(日)에 열린 《淋しい熱帯魚》 발매 기념 이벤트에 다녀온 후기를 써보았습니다.
/ 2024년 3월 31일 수정
올해로 데뷔 13년 차가 된 클라리스 최초의 발매 기념 이벤트가 열렸다. 일본에서는 보통 “Release Event(リリースイベント)”를 줄여서 “リリイベ(리리이베)”라고 부른다. 이번 이벤트는 약 일주일에 걸쳐서 개최되었는데, 6월 24일에는 오사카, 25일에는 나고야, 7월 1일에는 도쿄에서 진행되었다.
필자는 세 번의 이벤트 중에서 25일에 있었던 나고야의 이벤트에만 참여하고 왔다. 5월에 라이브를 보러 갔을 때 알게 된 형과 이번에도 만나서 함께 즐길 수 있었다.
1. 히사야오도리 공원 전광판 이벤트
나고야 발매 기념 이벤트 전날이었던 24일에는 전광판 이벤트를 보러 갔다. 6월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 동안 나고야에 위치한 히사야 센트럴 비전에서 〈淋しい熱帯魚〉와 〈はいからさんが通る〉의 MV를 틀어주었다. 삿포로와 나고야에서만 기획된 이벤트였는데, 운이 좋게도 시기가 겹쳐 구경하고 올 수 있었다. 공원에서 큰 화면으로 클라리스의 노래를 들으며 영상까지 볼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필자는 24일 저녁, 야경이 가장 예쁠 시간대에 방문했다. 그때 찍은 사진과 동영상은 아래의 트윗에 남겨 두었다.
2. 나고야 아스날 카나야마에서의 이벤트 1부
그렇게 나고야에서 《淋しい熱帯魚》의 발매 기념 이벤트가 진행되는 25일이 다가왔다. 숙소에서 6시 반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7시 10분 경에 이벤트장에 도착했다. 주변을 조금 둘러보다가 7시 30분부터 줄을 섰는데, 앞에는 이미 30~40명 가량의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마음씨 따뜻한 몇몇 분들께서 먼저 말을 걸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나이가 비슷했던 어떤 현지 팬분과는 9시부터 10시까지 1시간 동안 계속 수다를 떨었다.
앨범 판매는 10시부터 시작되었다. 1부가 14시부터, 2부가 17시부터 진행되었는데, 10시에 앨범을 두 개 이상 사면 1부와 2부 모두 우선 입장 에리어에 입장할 수 있었다. 앨범을 산 수량만큼 마지막에 배웅회를 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본 사람 중에서 앨범을 가장 많이 산 사람은 109개를 산 사람이었다. 당연하게도 1부와 2부 중에 하나만 참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24일 오사카에서는 우선 에리어 입장권이 매진이 안 됐었는데, 신기하게 인구가 더 적은 나고야에서 매진이 됐다. 오사카에 참여한 팬들 중에서 나고야까지 들린 사람들도 많았었던 것 같고, 다들 소문을 듣고 찾아온 모양이었다. 나고야의 우선 입장 에리어 수용 인원은 300명이었다. 7월 1일 도쿄에서는 우선 입장 에리어의 수용 인원이 더 많았음에도(500명) 매진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는 형이 목욕탕에서 잠깐 잠들어서 10시가 살짝 넘은 시간에 도착했다. 한달 반만에 다시 만날 줄은 몰랐는데, 사람 일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나고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형은 ‘어제 오사카를 가보니까 배웅회를 할 때 시각적인 무언가를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노트북으로 포스터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총 3개를 만들었는데, 생각했던 문구는 “한국에서 왔습니다(韓国がら来ました)”, “클라리스 사랑해요(クラリスサランヘヨ)”, “도쿄에도 갑니다(東京にも行きます)”였다. 하단에는 평소 사용하는 닉네임도 함께 적어두었다.
파워포인트로 타이핑을 끝내자마자 바로 패밀리마트에 가서 A3 용지 크기로 출력을 하고, 풀과 가위와 버리는 박스도 전부 구해서 포스터를 만들었다. 대충 가위로 박스를 잘라서 풀로 종이를 붙인 저렴한 방식이었다.
1부는 2시부터 시작이었지만 리허설이 1시부터였기 때문에 사실상 1시가 시작이었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우리는 이벤트장 내부의 스타벅스에 앉아 1부 배웅회에 관해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동시에 입장해서 포스터를 3개 든 채로, 각자의 팔을 하나씩 들어서 크게 하트를 만들며 “ClariS愛してる!”를 외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12시쯤에 스타벅스 앞에서 예행 연습도 몇 번 했다.
그렇게 1시에 시작된 리허설에서는 〈赤いスイートピー〉, 〈淋しい熱帯魚〉, 〈はいからさんが通る〉를 불렀다. 풀버전으로 부르나 싶었는데, 그렇지는 않고 대강 1절씩만 불렀다. 이번 EP의 수록곡은 오사카, 나고야, 도쿄의 리허설에서 모두 불렀다. 추가적으로 오사카에서는 첫 곡으로 〈secret base〜君がくれたもの〜〉를 불렀고 도쿄에서는 〈WHITE BREATH〉를 불렀다. 리허설을 마치고 나서 카렌이 마지막에 물을 갖고 들어가는 걸 까먹어서, 텐트로 들어가다가 물을 가지러 다시 뛰어나가는 모습을 보며 이벤트장에 있던 모두가 웃었던 기억이 있다.
관객석과 무대 사이의 거리가 생각 이상으로 가까웠다. 1~20 사이의 번호를 뽑은 사람들은 멤버들과의 거리가 약 3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102번이었던 필자는 한 10m 정도 됐던 것 같다. 라이브와 MC가 끝나고 배웅회를 할 때는 멤버들과 거리가 30cm 정도밖에 안 됐다. 사이에 비닐막이 쳐져 있었고 배웅회에 참여하는 팬들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조건이 있었지만, 그야말로 파격적인 이벤트였다.
3. 나고야 아스날 카나야마에서의 이벤트 2부
2부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포스터를 뒤집어서 새로운 문구를 붙였다. 새로운 문구는 바로 “클라라 사랑해요(クララサランヘヨ)”와 “카렌 사랑해요(カレンサランヘヨ)”였다. 상징 아이템과 상징 동물도 넣고, 글자색은 멤버들의 상징 색깔과 통일시켰다. 1부를 통해서 배웅회의 위력이 굉장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2부 시작 전에 앨범을 하나씩 더 사서 배웅회를 앞으로 2번 더 할 수 있도록 장전해두었다. 2부 배웅회에서는 각자 멤버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지기로도 했다.
1부와 2부는 구성이 아주 비슷했지만, 2부에서는 마지막 곡으로 〈コネクト〉 대신 〈ALIVE〉를 불렀다. 중간에 MC에서 클라라가 8월 2일에 출연하는 “애니메이션 커넥트 월드(アニメコネクトワールド)”를 말해야 하는데, “アニメ”까지만 말하고 자꾸 까먹어 버려서 옆에서 카렌이 계속 얘기해주는 장면이 아주 재미있었다.
2부의 배웅회에서는 일단 포스터를 들고 동시에 입장했다. 그걸 보자마자 클라라가 한국어로 “사랑해~”라고 말했는데 안타깝게도 형은 그걸 듣지 못해서, 이벤트가 끝나고 나서 말해줬다.
그리고 나서 비닐막에 대고 손으로 하트 반쪽을 만들었다. 눈치를 챈 클라라와 카렌이 바로 반응해서 손으로 나머지 하트 반쪽을 만들어주었다. 필자는 클라라, 아는 형은 카렌과 함께 손으로 하트를 만들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1대 1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다.
이때 필자는 클라라에게 “클라라 상은 제가 인생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했다. 이건 그냥 했던 말이 아니라 실제로 인생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클라라이다. 이 말을 들은 클라라는 “정말요?(本当ですか?)”라며 감동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하나 있었다. 클라라에게 5월에 PRESENT BOX를 통해서 보냈던 한국 과자에 대한 얘기를 꺼냈는데, 클라라가 듣자마자 언제나 맛있게 먹고 있다고 대답해주었다. 정확하게 “あ!いつも美味しく食べてます!”라고 했다.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추억 중 하나이다. 이때 클라라 특유의 말투와 표정이 아주 귀여웠다.
클라리스의 데뷔 13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13종류를 담았고, 평소 달달한 걸 좋아하는 클라라의 취향을 고려해서 일부러 단 과자만 넣었었다. 공항으로 가는 고속버스를 타기 직전에 대형마트에서 샀고 총 8만원 정도 썼던 것 같다.
안에 들어있던 과자는 초코파이, 홈런볼, 죠리퐁, 맛동산, 오징어땅콩, 버터와플, 빈츠, 허니버터칩, 바나나킥, 고소미, 화이트하임, 마가렛트, 쿠키 앤 크림 아몬드의 13종류였다. 마트에 간 당일에 1+1 행사를 해서 허니버터 아몬드도 넣었다. 과자만 넣기엔 뭔가 아쉬워서 상징 색깔에 맞춰서 다른 것들도 살짝 담았다. 사탕도 넣으면 좋을 것 같아서 청포도 캔디(카렌 색깔)를 넣었고, 아주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카렌을 위해 까르보불닭 컵라면(클라라 색깔)도 넣었다. 자필로 쓴 5장의 편지와 함께 동봉했다. 시험 기간에 학교 도서관에서 편지를 열심히 썼었다.
2부 배웅회의 팀플이 끝나고 남은 한 장의 배웅회 티켓으로, 이제는 각자 멤버들을 마지막으로 보면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오기로 했다. 필자는 올해 Spring Radio #3에서 그림과 함께 소개된 사연을 보여줬다. 저걸 보고 클라라와 카렌이 무슨 말을 했는데 아쉽게도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현지 팬들도 다들 비슷한 현상을 겪은 걸 보니 클라리스와 코앞에서 직접 대화를 한다는 게 그만큼 충격을 주었던 것 같다.
사실 클라리스는 신비주의 컨셉을 오래 해와서 그런지 팬들과의 교류가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팬들이 배웅회에서 자신의 닉네임을 말했을 때 대부분의 경우 멤버들이 이미 알고 있었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는 카렌이 직접 “의외로 저희는 여러분께서 트위터로 올려주시는 감상이나 유튜브의 댓글을 제대로 보고 있는 편이에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다음에는 ‘클라리스의 음악이 영원히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닉네임을 지었다’는 말을 하다가 시간이 초과돼서 스태프가 내 어깨를 두들겼다. 그래서 마지막 배웅회인데 손도 못 흔들고 끝나버려서 아쉬움이 남은 나머지, 바로 CD 부스에 달려가서 한 장을 더 샀다. 거의 끝나가는 시간대였기 때문에, 통상반은 다 나가서 초회생산한정반 A를 샀다. 덕분에 만원을 더 썼다.
아는 형은 2층으로 올라가서 배웅회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는 사이에, 그렇게 앨범 한 장을 더 사서 진짜 마지막 배웅회를 하기 위해 줄을 섰다. 미리 앨범을 여러 개 사두었다가 5번 이상 도는 사람이 많았다. 차례가 되니까 어느새 뒤에도 사람들이 꽤 있던 게 재밌었다. 필자의 흐릿한 기억으로는 금메달이 25번 정도 돌았고 은메달은 20번 정도 돌았던 것 같다.
2부의 세 번째 배웅회에서는 클라라와 카렌에게 11월에 라이브를 간다고 말하며 여권을 흔들었다. 해외 팬이라는 게 무슨 벼슬은 아니지만, 해외에서 비행기를 타고 만나러 올 정도로 좋아해주는 팬이 있다면 분명 기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때 카렌이 바로 “韓国の方!”라고 말했다. 클라라도 무슨 말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카렌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커서 클라라의 목소리가 잘 안 들렸다.
마지막으로는 인생을 바꿔줘서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필자에게 클라리스의 존재란 ‘좋아하는 가수’를 넘어선 존재인데, 말하자면 인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팬들이라면 모두 알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클라리스는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도 본받을 만한 점들이 아주 많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클라리스 덕분에 일본어 공부를 항상 재밌게 할 수 있었고 꿈에만 그리던 N1도 딸 수 있었다. 대입을 준비하던 학창시절과 군생활에서도 아주 큰 힘이 되었다. 성격도 좋은 쪽으로 많이 바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의미도 찾고 목표도 생기게 되었으니 인생을 바꾸었다는 표현이 딱 알맞은 것 같다.
“언제나 응원해요!”처럼 말을 할 수도 있었지만, 모처럼의 기회이니 무거운 말이더라도 꼭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랬더니 클라라와 카렌이 함께 한국어로 “사랑해요!”라고 외쳤다. 이 말을 들은 건 인생 최대의 업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후에는 손으로 서로 하트 교환을 하고 손을 흔들면서 작별인사를 했다. 그렇게 마지막 배웅회가 끝나고, 준비된 이벤트가 모두 종료되자 끝까지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이동하는 클라라와 카렌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현장에서 CD를 사야만 얻을 수 있는 특전이 바로 위 사진에 있는 포스트 카드였다. 뒤에는 QR 코드가 있어서 멤버들로부터 특별한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볼 수 있었다.
4. 나고야 관광 + 일본 노래방
나고야에서의 이벤트가 모두 끝났다. 방학 기간이라 시간도 여유로웠고, 6월 26일 도착보다 6월 27일 도착이 더 싸다는 이유로 27일 비행기를 예약해두었던 상태였다. 26일은 어떤 걸 할 지에 대해 계획없이 시간을 비워둔 상황이었기에, 즉흥적으로 아는 형과 같이 나고야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이 날은 점심에 대충 전철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타워 레코드를 구경했다. 나고야 돔을 구경하기도 했다. 타워 레코드의 LP 코너 앞에서 TMI를 재밌게 들어주신 형에게 정말 감사하다. 점심을 먹고 3시 반부터 8시까지는 노래방에 갔다. 살면서 일본에서 노래방을 간 건 처음이었다. 원래도 노래방 가는 걸 좋아하기도 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그 높은 기대치를 뛰어넘을 정도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음료수 무제한에 4시간 반이나 있었는데도 인당 만원밖에 안 나왔다. 노래방에서 불렀던 43곡은 전부 클라리스의 노래였다. 근데 며칠 뒤 틱톡 영상이 올라온 걸 보고 나서, 이 날 점심에 나고야 성에 갔으면 클라리스 성지순례를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이번 여행은 23일 금요일 저녁 9시에 충동적으로 비행기 티켓을 사고 숙소를 예약했던 것이었는데, 살면서 이렇게 뭔가를 무계획적으로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재밌는 경험이 될 수 있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번에 나고야를 간 판단은 인생에서 가장 현명한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대학생 때는 돈이 없어서 못 가고, 사회인이 되고 나면 시간이 없어서 못 간다면,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시간은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역대 클라리스 노래의 킬링파트 중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는 〈淋しい熱帯魚〉의 후렴구 부분과 함께 이번 후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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