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riS are Clara & Karen!
1. 배경 이야기 上 – 새로운 클라리스의 탄생
2014년 5월 26일, 정규 3집 《PARTY TIME》의 발매를 앞두고 충격적인 소식이 발표된다. 기존 멤버였던 앨리스가 학업상의 이유로 인하여 《PARTY TIME》을 마지막으로 클라리스를 떠난다는 내용이었다. 결성 당시 멤버들의 이름에서 두 글자씩을 따온 그룹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앨리스의 존재감은 거대했다. 두 명의 소녀가 이루는 조화가 매력 요소로 작용했던 클라리스였기에 한 멤버의 이탈은 단순히 절반을 잃어버렸다는 것 이상의 엄청난 손실이었다. 노래 가사에서 언제나 두 사람의 관계를 강조했던 점이나 멤버 간의 사이가 좋았다는 점에서 예상하기 어려웠던 일이었고, 그만큼 팬들이 받았던 충격은 엄청났다.
앨리스의 졸업 파티라는 의미를 담은 《PARTY TIME》이 발매되면서, 10개의 싱글과 3개의 정규 앨범을 마지막으로 클라라-앨리스 체제는 막을 내린다. 클라리스는 일시적으로 활동을 중지하고, 클라라는 앞으로 어떤 형태로 클라리스를 이어나갈 지에 대한 고민에 휩싸인다. 앨리스의 빈자리를 채워줄 새로운 파트너를 구할 것인가 아니면 홀로 남은 채로 활동을 계속할 것인가. 전례 없는 중대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이 요구되었다. 그리고 많은 고민을 거친 끝에 그녀가 용기 있게 내린 결정은 향후 그룹의 운명에 큰 변화를 불러 일으킨다.
2014년 11월 8일, 클라리스는 새로운 멤버로 카렌을 영입한다는 소식을 발표하며 신곡 〈Clear Sky〉를 공개한다. 카렌은 사실 앨리스가 있던 시절부터 연습을 도와주고 이벤트에는 댄서로 참여한 적이 있는 동료였다. 클라라와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초등학생 시절 함께 밴드를 한 적도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멤버로는 적격이었다. 〈Clear Sky〉는 클라라-카렌 체제의 신생(新生) 클라리스의 앞날을 축복하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2015년에는 카렌이 합류하고 처음으로 발매된 11번째 싱글 《border》도 좋은 평가를 받고, 무도관에서 열린 “리스아니!(リスアニ!)” 라이브에 출연하기도 하며 새롭게 태어난 클라리스는 좋은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그룹은 여전히 과도기 상태에 놓여 있었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았다. 2015년이 되자 클라라는 이제 대학생이 되어 여전히 학업과 음악 활동을 병행해야 했다. 클라라보다 한 살 어린 카렌도 마찬가지로 학업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무언가를 가속해서 추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지금까지는 중학생/고등학생 소녀 유닛이라는 수식어에 힘입어 학생 신분을 유지한 채로 활동해왔지만, 앞으로는 본격적인 아티스트의 길로 들어서기 위한 각오가 필요했다. 클라리스는 그들만의 새로운 정체성과 색깔을 찾아내야 한다는 숙제가 생겼다. 이에 더해 변화와 안정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다.
2. 배경 이야기 中 – 신비로운 콘셉트와 라이브 공연으로 찾아낸 돌파구
카렌의 합류 이후 클라리스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본격적인 라이브 활동을 개시했다는 것이다. 앨리스가 있던 시절 단 한번 있었던 이벤트를 제외하면 클라리스는 2015년부터 라이브 활동을 시작하였는데, 이때는 얼굴 공개를 하지 않아 하얀 베일을 쓰고 무대에 등장했다. 내부적으로 혼란이 진정되지 않았기도 했고, 갑작스럽게 그룹의 형태나 방향성이 변화한다면 기존의 팬들이 떠날지도 모른다는 압박이 있었기 때문이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매력을 느꼈던 팬들이 많이 있었다는 점을 의식하여 내린 결정이기도 했다.
클라라는 자신의 동경의 대상인 아무로 나미에(安室奈美恵)처럼 노래와 춤을 동시에 소화하는 아티스트가 되기를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서는 보컬 레슨을 받거나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레코딩에만 집중하면 됐던 지난 날들과는 달리, 춤을 연습해야 했고 몸을 움직이면서도 안정적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클라라는 노래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춤에는 자신이 없었고, 반대로 카렌은 춤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노래에는 자신이 없었다. 목표에 이르기 위해서는 서로의 취약점을 보완해야만 했다.
클라리스의 새로운 절반이 된 카렌은 전임자인 앨리스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부담을 짊어졌다. 카렌은 ‘앨리스의 빈자리를 대체하는 길’과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당연히 후자를 선택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고 상대적으로 큰 위험 부담이 있었다. 그렇게 내린 결론에 의해 카렌은 의식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옅게 하면서 앨리스의 빈자리를 대체하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초기 카렌의 보컬은 앨리스와 상당히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가수 활동을 하면서 대학에서 공부를 이어나가겠다는 선택은 클라라 본인의 의지였지만,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남겨져 있었다. 대학 생활을 병행하다 보니 물리적으로 시간과 에너지의 양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클라라는 자신의 제안으로 카렌이 합류했다는 점으로 인해 상당히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들기도 했고, 사실상의 리더로서 그룹이 위기에 직면한다면 카렌에게도 미안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2014년 이후에 차트 성적이 하락하기도 했는데, 이에 따른 상업적인 성과에 대해서도 분명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신생 클라리스에게는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한 공방에서 판매하는 토끼와 고양이 가면을 발견한 클라라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향후 활동에서 이 가면을 자신들의 소품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클라리스는 2016년 9월에 개최된 홀 콘서트를 기점으로 4년 동안 가면을 쓰고 활동을 했다. 클라리스를 상징하는 토끼와 고양이 가면은 “클라리스 월드(ClariSワールド)”의 핵심으로 기능하게 되었다(자세한 내용은 후술).
원래부터 클라라는 달과 분홍색, 앨리스는 태양과 파랑색, 카렌은 별과 초록색이라는 이미지 아이템과 이미지 컬러가 존재했다. 상징에 기반한 콘셉트는 팬들에게 친숙했으므로 매력적인 소재가 되기에 충분했다. 가면은 그녀들이 지닌 특유의 신비로움을 강조해주었고, 자연스럽게 클라리스 고유의 개성을 형성해나갔다. 4집 《Fairy Castle》과 5집 《Fairy Party》, 21번째 싱글 《アリシア/シグナル》를 비롯한 작품들과 보이스 드라마 〈ClariS 10th year StartinG 仮面の塔〉, 여러 라이브 공연들은 직간접적으로 세계관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3. 배경 이야기 下 – 최고의 파트너
2016년 3월에 예정된 투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클라라는 연습을 하다가 종종 다리를 다치곤 했다. 그럴 때마다 클라라는 주변의 스태프들이나 카렌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다며 자책했고, 학업과 음악 활동을 양립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10주년이 되어서 얘기하기를, 당시에 정말 힘들어서 둘 중 하나를 포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정신적으로 심하게 약해져 있던 클라라는 이때 카렌에게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게 된다.
카렌은 언제나 완벽한 모습의 선배로만 생각했던 클라라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였고, 같은 해 9월의 홀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에 클라라에게 한 통의 편지를 건네 주었다. 편지를 읽은 클라라는 카렌의 긍정적인 응원의 말 덕분에 힘을 얻고 투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후 클라라는 카렌의 진솔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읽고 구원받은 기분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요코하마에서의 홀 콘서트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클라라와 카렌은 뒷풀이를 하면서 클라리스의 미래에 관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배인 클라라에게 원래 존댓말을 쓰던 카렌은 이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반말을 하게 되었다는 일화가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은 보다 대등한 관계로 나아가는 동시에 지금의 견고한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서로의 강점을 토대로 클라라는 카렌에게 노래에 대한 노하우를 알려주었고, 반대로 댄서 출신인 카렌은 클라라가 춤을 잘 출 수 있도록 가르쳐 주었다. 덕분에 카렌은 스스로의 노래에 대해 점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고, 클라라는 예전부터 꺼려하던 춤을 좋아하게 되었다. 평소 연습을 할 때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노래하는 등 호흡을 맞추기 위해 끝없이 노력했다. 피아노를 한 음씩 치면서 뉘앙스를 맞추고, 아카펠라로 함께 노래를 부르며 포르타멘토(*같은 모음으로 높이가 다른 음을 아주 부드럽게 연결하는 창법)의 세밀한 부분까지도 신경을 썼다.
그렇게 2017년 1월 25일, 클라리스의 4번째 정규 앨범 《Fairy Castle》이 발매된다. 앨범 발매로부터 약 2주 뒤인 2월 10일에는 클라라의 오랜 꿈이었던 무도관에서의 단독 공연이 개최된다. 무도관 공연은 《ClariS 1st 武道館コンサート~2つの仮面と失われた太陽~》라는 이름으로 라이브 음원과 영상이 발매되어 있다. 《Fairy Castle》의 수록곡을 거의 전부 불렀으며 세계관이 일치하기 때문에 《ClariS 1st 武道館コンサート~2つの仮面と失われた太陽~》는 《Fairy Castle》의 완벽한 단짝이다.
초기에 카렌은 클라라-앨리스 체제의 클라리스가 만들었던 형태를 무너뜨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무도관 공연을 계기로 하여 클라라와 새로운 형태로 클라리스를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는 앞으로의 카렌이 더 이상 ‘앨리스의 빈자리를 대체하는 길’이 아닌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길’로 나아가는 시발점이 되었다. 덧붙여 카렌은 여태껏 클라라를 무도관에 서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활동했지만, 미래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동안에 ‘클라라와 같은 마음으로 무도관에 서고 싶다’는 마음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 그녀 스스로가 아주 커다란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4. 클라리스의 세계
과거에도 지금도 클라리스는 ‘모두와 함께 보내는 꿈과 같은 환상적인 시간’이라는 판타지적인 콘셉트를 중심으로 공연을 기획하곤 한다. “클라리스 월드”는 이러한 클라리스만의 독특하면서도 신비로운 세계관을 의미하는 말이다. 클라리스의 라이브에서는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세계관에 기반하여 스토리를 펼쳐나가는 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클라리스의 공연은 어느 정도 뮤지컬과 같은 성격을 띠기도 한다. 안무가이자 멤버들에게 춤을 가르치는 “쿠마(熊谷拓明)”는 클라리스 성의 집사 역할과 MC를 맡으며 진행을 담당했다.
“클라리스 성(城)”은 클라리스 월드의 핵심이 되는 장소이다. 클라리스 성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된 모든 단독 공연에서 배경 무대로 등장했고, 총 5부작에 걸쳐 클라리스 성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와 관련한 역대 라이브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겠다.
2015년 7월 31일 – 〈ClariS 1st Live “扉の先へ”〉 (Zepp Tokyo)
2016년 3월 6일 – 〈ClariS 1st Tour~夢の1ページ…~〉 (Zepp Nagoya)
2016년 3월 12일 – 〈ClariS 1st Tour~夢の1ページ…~〉 (Zepp Namba)
2016년 3월 19일 – 〈ClariS 1st Tour~夢の1ページ…~〉 (Zepp Tokyo)
2016년 3월 20일 – 〈ClariS 1st Tour~夢の1ページ…~〉 (Zepp Tokyo)
2016년 9월 17일 – 〈ClariS 1st HALL CONCERT in パシフィコ横浜国立大ホール~星に願いを・・・月に祈りを…~〉 (パシフィコ横浜国立大ホール)
2016년 9월 18일 – 〈ClariS 1st HALL CONCERT in パシフィコ横浜国立大ホール~星に願いを・・・月に祈りを…~〉 (パシフィコ横浜国立大ホール)
2017년 2월 10일 – 〈ClariS 1st 武道館コンサート 〜2つの仮面と失われた太陽〜〉 (日本武道館)
2017년 9월 16일 – 〈ClariS 2nd HALL CONCERT in パシフィコ横浜国立大ホール ~さよならの先へ…はじまりのメロディ~〉 (パシフィコ横浜国立大ホール)
➀ 2015년 7월 31일, 단독 라이브 “문 너머에”
클라라와 카렌이 클라리스 성의 아가씨로 분장해 성에서 벌어지는 일상과 여러 행사들을 소개하였다. 독특하고도 신비로운 세계관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➁ 2016년 3월 6~20일, 라이브 투어 “꿈의 1페이지…”
클라라와 카렌의 탄생 비화가 밝혀진다. 동화 속 전설처럼 꽃에서 태어난 두 사람은 숲에 사는 요정들과 동물들의 애정으로 무럭무럭 자라서 어느샌가 클라리스 성의 아가씨가 된 것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소중한 존재였던 제비와는 이별하게 된다. 다양한 스토리가 만들어진 클라리스 월드의 창세기라고도 할 수 있다.
➂ 2016년 9월 17~18일, 홀 콘서트 “별에게 소원을… 달에게 기도를…”
이야기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의 선조였던 왕자와 연인 사이였던 인형 공주와의 사랑이 그려진다. 그리고 클라라와 카렌은 시공을 초월하여 수수께끼를 풀어낸다. 악으로 물든 세상을 지배하던 히드라와 전투를 치르고, 인어의 넋을 달래주기도 하며 세계관을 한껏 확장하였다.
➃ 2017년 2월 10일, 무도관 콘서트 “두 개의 가면과 잃어버린 태양”
클라리스 성에서 1년 중에 가장 성대한 무도회가 열리는 날이다. 많은 손님들을 맞이하는 무도회가 시작되었지만, 클라라와 카렌은 돌연 잠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어 버리고 그곳에서 방황한다. 그녀들은 보물찾기와도 같은 모험을 거쳐 수수께끼를 풀어낸다.
➄ 2017년 9월 16일, 홀 콘서트 “작별 인사의 너머로… 시작의 멜로디”
집사 쿠마에 의해 클라라와 카렌은 자신들이 태어난 고향 “클라리스 섬(島)”으로 돌아가야 하며, 돌아가고 나면 그 섬의 공주가 되어야 한다는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된다. 클라리스 섬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무사히 대관식을 치르고, 그들의 상징이었던 가면을 처음으로 벗는다. 이 공연으로 클라리스 성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완결된다.
《Fairy Castle》은 사실상 공연에만 국한되어 있던 클라리스 월드라는 개념을 하나의 작품으로서 정립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후속 작품이자 콘셉트 앨범인 5집 《Fairy Party》에서도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 그렇기에 《Fairy Castle》을 완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평소 라이브 공연에서 드러나는 세계관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필요하고, 앨범과 쌍둥이 관계인 《ClariS 1st 武道館コンサート~2つの仮面と失われた太陽~》를 감상할 필요가 있다.
5. 어서 오세요, 우리들의 성에
앨범 자켓에는 클라리스 성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클라라를 상징하는 달과 토끼, 카렌을 상징하는 별과 고양이를 조각한 대리석 건축물도 보인다. 문에 그려진 문양은 무도관 공연에 사용된 문양과 동일하다. 통상반 자켓은 카렌을 대표하는 초록색, 초회생산한정반과 완전생산한정반은 클라라를 대표하는 분홍색으로 칠해져 있다.
클라리스가 발매했던 기존의 정규 앨범들은 언제나 특수한 테마를 가지고 있었다. 1집 《BIRTHDAY》는 졸업, 2집 《SECOND STORY》는 사계, 3집 《PARTY TIME》은 “클라리스다움(ClariSらしさ)”이다. 《PARTY TIME》과 《Fairy Castle》 사이에 만들어진 미니 앨범 《SPRING TRACKS -春のうた-》는 봄을 대표하는 명곡들을 수록한 음반이었다. 전작들과 다르게 《Fairy Castle》은 작품 내적으로 명확하게 앨범의 테마가 정해져 있지는 않다.
이에 대한 공식적인 해설은 없지만, 앨범이 발매되었던 시기와 무도관 공연이 열린 시기가 모두 겨울이어서 그런지 다소 겨울의 정취가 느껴진다. 날카롭고 차가운 곡들이 많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수록곡들이 겨울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특히 4번 트랙 〈Prism〉은 겨울의 따뜻함에, 9번 트랙 〈ウソツキ〉는 겨울의 차가움에 대응되는 것 같다. 필자는 마지막 트랙 〈ひらひら ひらら〉에서 비로소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오는 흐름으로 이루어졌다고 해석한다.
한편으로는 비교적 과도기에 제작된 앨범이어서 그런지 《Fairy Castle》은 완전하게 스타일이 정립되지 않았다는 인상을 준다. 다르게 말하자면 그만큼 새로운 시도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again〉, 〈このiは虚数〉, 〈ウソツキ〉, 〈Gravity〉, 〈recall〉 등 기존에 비해 성숙하고 애절한 분위기의 곡들이 많아졌다. 클라라와 카렌의 보컬은 다양한 곡의 분위기에 맞추어 적절히 감정선을 조율하며 자신들이 한층 더 성장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많은 변화와 시련이 있었음에도 두 사람은 완벽한 하모니를 자랑한다.
싱글 곡은 총 6곡이 수록되었고, 발매 순으로 〈border〉, 〈アネモネ〉, 〈Prism〉, 〈Gravity〉, 〈clever〉, 〈again〉이다. 싱글은 아니지만 미니 앨범 《SPRING TRACKS -春のうた-》의 타이틀 곡이었던 〈ひらひら ひらら〉도 재수록되었다. 기존 발매 곡이 7곡이나 있는데 완전생산한정반의 보너스 트랙 〈コネクト〉, 〈ルミナス〉, 〈カラフル〉까지 포함하면 10곡이나 된다. 앨범에 새롭게 실린 곡은 5곡이므로 앨범 곡의 비율이 더 낮다는 점이 특이하다. 그래서 발매 당시에는 다소 상업적인 부분을 의식했다는 반응이 있기도 했다.
클라라와 카렌 체제에서 처음으로 만든 기념비적인 정규 앨범이다. 솔직히 말해서 《Fairy Party》나 《Parfaitone》에 비하면 퀄리티가 살짝 아쉬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Fairy Castle》이 없었다면 《Fairy Party》와 《Parfaitone》은 존재할 수 없었다!
[제작자 정보 일람]
Track 1 〈again〉 – 작사/작곡/편곡: 마루야마 마유코(丸山真由子)
Track 2 〈border〉 – 작사: meg rock, 작곡/편곡: 시게나가 료스케(重永亮介)
Track 3 〈ホログラム〉 – 작사/작곡/편곡: 시게나가 료스케(重永亮介)
Track 4 〈Prism〉 – 작사/작곡/편곡: 시게나가 료스케(重永亮介)
Track 5 〈clever〉 – 작사/작곡: 와타나베 쇼(渡辺 翔), 편곡: toku (GARNiDELiA)
Track 6 〈水色クラゲ〉 – 작사/작곡: 와타나베 쇼(渡辺 翔), 편곡: 유아사 아츠시(湯浅 篤)
Track 7 〈このiは虚数〉 – 작사/작곡/편곡: 나가사와 치아키(長沢知亜紀), 나가노 사오리(永野小織)
Track 8 〈アネモネ〉 – 작사/작곡: KOH, 편곡: 유아사 아츠시(湯浅 篤)
Track 9 〈ウソツキ〉 – 작사/작곡/편곡: 마루야마 마유코(丸山真由子)
Track 10 〈Gravity〉 – 작사/작곡: 타케다 죠이(武田城以), PENGUINS PROJECT, 편곡: 유아사 아츠시(湯浅 篤)
Track 11 〈recall〉 – 작사: KAREN, 작곡/편곡: KOH
Track 12 〈ひらひら ひらら〉 – 작사: 오쿠무라 이온(奥村イオン), 작곡: 사쿠마 마코토(佐久間 誠), 편곡: 유아사 아츠시(湯浅 篤)
6. 트랙 리스트
1) again
강렬하며 질주감이 느껴지는 일렉트로닉 팝 장르의 곡이다. 차가운 사운드와는 다르게 가사 속에는 따뜻함이 배어있다. 가사는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괴로움을 알고 나서 소중한 사람을 지켜나간다는 깊은 우정에 관한 내용이다. 서로의 힘을 합쳐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해낸 클라라와 카렌의 관계를 나타내는 듯한 자전적인 측면이 있다. 그렇기에 멤버들에게 큰 의미를 지닌 곡으로 보이며 앨범의 오프닝 트랙으로 수록된 것 같다. 《ClariS 1st 武道館コンサート~2つの仮面と失われた太陽~》의 오프닝 트랙이기도 하다.
2) border
앨범에서 가장 유명하고 좋은 평가를 받는 곡이다. 클라리스로서는 보기 드문 일렉기타와 피아노 소리가 조화롭게 섞인 하드 록 넘버이며 드라마틱한 전개가 인상적이다. 제목은 마지막 부분의 가사(“경계선을 뛰어넘어 너에게 닿을 수 있기를(境界線 飛び越え 君に 届くように)”)와 관련이 있다. 가사는 지금 마음을 전하지 못해서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용기를 내고자 하는 내용이다. 신생 클라리스의 시작을 알린 〈Clear Sky〉가 감사와 사랑에 대한 노래라면, 직후에 나온 〈border〉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결의의 노래라는 점이 재미있는 것 같다. 카렌은 〈border〉를 “가장 인상적인 가사를 가진 곡”, “전환점이 된 곡”, “자신 안에서 가장 영향이 컸던 작품”에 대한 답변으로 꼽기도 했다. 클라라도 정말 좋은 곡이 완성되었다고 평했으며, 다시 한번 자신이 노래하는 것을 엄청 좋아한다는 걸 깨닫게 해준 곡이라고 말했다. 단독 라이브에서도 항상 연주되며, 모두가 머플러 타올을 돌리며 즐기는 떼창 곡으로서의 독보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
3) ホログラム(홀로그램)
앨범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곡 중 하나이다. 앨범 곡 중에서는 라이브에서 선보여지는 빈도가 제법 높은데, 〈blossom〉이나 〈pastel〉처럼 보통 멤버들이 응원봉을 들고 춤을 추면서 부른다. 특히 후렴구 직전의 가사 “ごめんね”가 나올 때마다 취하는 “미안해 포즈(ゴメンネポーズ)”가 유명하다. 가사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한 채 헤어져 버려서, 비가 오는 날 홀로 과거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결말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해석하기 나름이다. 9번 트랙 〈ウソツキ〉는 눈을 소재로 하였는데 〈ホログラム〉는 비를 소재로 하였다. 사운드는 밝고 귀엽지만 가사를 보면 애틋해서 대비되는 매력이 있다.
4) Prism
클라리스의 5주년을 기념하는 상징적인 노래이자 앨범의 대표적인 명곡이라고 불리곤 한다. 다채로운 사운드로 구성된 이지 리스닝 넘버인데, 솔직하고 귀여운 말들로 구성된 가사가 아주 희망적이다. 클라라가 “부를 때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곡”으로 〈仮面ジュブナイル〉과 함께 이 곡을 고르기도 했다. 또한 앨범 발매와 같은 해 9월 16일에 개최되어 신생 클라리스의 Season 2를 선언한 공연 〈ClariS 2nd HALL CONCERT in パシフィコ横浜国立大ホール ~さよならの先へ…はじまりのメロディ~〉에서 멤버들이 최초로 가면을 벗고 불렀다는 특별한 의미가 깃들어 있다. 10주년 베스트 앨범 《ClariS 10th Anniversary BEST – Green Star -》에는 1번 트랙으로 수록되었다.
5) clever
GARNiDELiA와의 콜라보가 성사된 곡이다. 2021년에 〈もういちど ルミナス〉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클라리스의 유일한 콜라보 송이었다.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편곡이 클라리스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은 아닌 것 같다. 클라리스보다는 GARNiDELiA의 스타일에 더 어울린다. 10주년 베스트 앨범에 유일하게 수록되지 않은 싱글 곡이기도 하다.
6) 水色クラゲ(물빛 해파리)
클라리스 노래에서 의외로 잘 없는 편안하면서 잔잔한 챔버 팝 장르의 곡이다. 바닷속을 둥실둥실 떠다니는 해파리의 마음을 표현한 귀여운 가사가 특징이다. 클라라와 카렌은 속삭이듯이 노래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려준다.
7) このiは虚数(이 i는 허수)
다음 앨범 《Fairy Party》에서 4곡(〈1/f〉, 〈パラレルワープ〉, 〈Last Squall〉, 〈Fairy Party〉)이나 제공하게 되는 나가사와 치아키 & 나가노 사오리 콤비가 최초로 제작한 곡이다. 클라리스에게 있어서 지금까지 없던 성숙한 곡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제목은 허수 i와 사랑 愛의 중의적인 해석을 의도하였다. 실험적인 사운드 속에는 금지된 사랑에 대한 애절한 마음이 그려져 있다. 가사가 다소 난해한데, i와 i를 곱하면 -1이 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 겹쳐도 행복할 수 없는 마이너스의 상태가 됨을 은유하고 있다.
8) アネモネ(아네모네)
직전 트랙처럼 클라라와 카렌의 성숙해진 보컬이 눈에 띄는 곡이다. 기본적으로 하우스 계열이지만 현악 편곡이 가미되었기 때문에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살짝 쇼와(昭和) 시대 가요곡의 냄새도 난다. 가사는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의 감정에 대해 다루고 있다. 마음을 전했는지의 여부는 마지막까지 드러나지 않지만, 제목 ‘아네모네’의 꽃말이 “이룰 수 없는 사랑”인 것으로 미루어 보아 결국 실패했다는 걸 암시하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싱글 곡 치고는 퀄리티가 살짝 아쉽다고 생각한다.
9) ウソツキ(거짓말쟁이)
싱글로 발매되지 않았지만 인기가 많은 앨범 곡이다. 인트로부터 시작해 곡 전체를 지배하는 세련된 신디사이저 소리는 마치 눈이 내리는 풍경을 연상시킨다. 이 곡을 듣다 보면 클라라와 카렌은 홋카이도의 설경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겨울에 열렸던 라이브에서는 이 곡이 한번도 빠짐없이 불러졌을 정도로 클라리스의 겨울을 대표하는 곡이기도 하다. 가사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사람에 대한 미련과 그로 인해 드러나 버리는 쓰라린 감정을 ‘거짓말쟁이’라는 키워드에 담았다. 비련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상당히 가사가 슬프다. 멤버들이 둘 다 좋아하는 노래로도 알려져 있고, 클라라가 〈ClariS HALL CONCERT 2022 〜 Let’s Snow Parade ! 〜〉에서 솔로로 불렀다.
10) Gravity
〈ルミナス〉나 〈シグナル〉처럼 공격적인 현악 편곡을 기반으로 한 노래인데, 평소보다도 클래식 음악처럼 현악기의 사운드가 더욱 강조되어 있다. 가사에는 암울했던 상황 속에서 희망을 찾아 극복하는 과정과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1번 트랙 〈again〉과 비슷하게 날카로운 이미지 속에서도 가사 속에는 다정함과 따뜻함이 있는 곡이다.
11) recall
80년대 감성의 신스팝에 현대의 전자 음악을 융합시킨 곡이다. 여러모로 카렌과 인연이 깊은데, 처음으로 카렌이 작사를 도맡아 한 곡이다. 카렌은 가사 속에 다른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친구를 응원하지만, 속으로는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느끼는 답답한 감정을 녹여냈다. 2018년의 〈ClariS 3rd HALL CONCERT in 舞浜アンフィシアター ♪over the rainbow~虹の彼方に~♬〉 공연에서는 카렌이 솔로로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정식으로 카렌의 솔로 버전이 10주년 베스트 앨범 《ClariS 10th Anniversary BEST – Pink Moon -》에 13번 트랙으로 수록되었다.
12) ひらひら ひらら(히라히라 히라라)
《SPRING TRACKS -春のうた-》에도 수록되었던 클라리스의 봄을 대표하는 명곡으로, 봄에 열리는 라이브에서 아주 높은 확률로 연주된다. 일본 전통 악기인 고토(琴)가 사용되는 등 동양적인 요소가 강하며, 테크노 팝의 리듬과 일본풍(和)의 소리가 합쳐진 보기 드문 조합이 구현되었다. 제목은 벚꽃잎이 흩날리는 모습을 나타낸 의성어이다. 가사는 만개한 벚꽃잎이 떨어지는 풍경을 묘사하면서 상대방을 그리워하는 애틋한 마음을 시적으로 표현했다. 클라라는 가사도 선율도 정말 아름답다고 평하며 이 곡을 정말 좋아한다고 언급했다. 팬들의 높은 성원에 힘입어 〈recall〉과는 반대로 클라라의 솔로 버전이 10주년 베스트 앨범 《ClariS 10th Anniversary BEST – Pink Moon -》에 12번 트랙으로 수록되었다. 계절감과 더불어 특유의 개성이 강하다는 점에서 〈ウソツキ〉와 닮은 구석이 있다.
초회생산한정반에는 보너스 트랙으로 〈コネクト〉, 〈ルミナス〉, 〈カラフル〉의 재녹음 버전(2017 ver.)이 수록되어 있다. 순서대로 13, 14, 15번 트랙에 실렸다.
#1 again ★★★☆
#2 border ★★★★★
#3 ホログラム ★★★★☆
#4 Prism ★★★★★
#5 clever ★★★
#6 水色クラゲ ★★★★
#7 このiは虚数 ★★★☆
#8 アネモネ ★★★
#9 ウソツキ ★★★★☆
#10 Gravity ★★★☆
#11 recall ★★★
#12 ひらひら ひら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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